피시앤칩스는 영국의 대표적인 국민 음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도 즐겨 먹는 인기 메뉴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전통 음식은 영국뿐 아니라 호주에서도 매우 사랑받고 있으며, 두 나라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피시앤칩스를 발전시켜왔습니다. 같은 메뉴라고 해도 영국과 호주의 피시앤칩스는 조리법, 재료, 맛, 그리고 제공 방식까지 여러 가지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본문에서는 이 두 나라의 피시앤칩스가 어떻게 다르고, 각각 어떤 매력을 갖고 있는지를 비교해보며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맛의 차이: 전통과 진화의 경계
영국의 피시앤칩스는 ‘전통’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음식입니다. 19세기 중반 산업혁명 시기, 노동자들이 빠르게 배를 채우기 위해 먹던 음식에서 시작된 만큼, 영국의 피시앤칩스는 꾸준히 정통성을 유지해왔습니다. 대개 생선은 대구(cod)나 해덕(haddock)을 사용하며, 튀김옷은 밀가루 반죽에 맥주나 탄산수를 넣어 두껍고 바삭하게 튀겨냅니다. 감자는 큼직하게 썰어 만든 ‘칩스’ 형태로, 일반적인 프렌치프라이보다 훨씬 두껍고 촉촉한 식감을 자랑합니다.
맛은 전체적으로 소박하고 정직합니다. 튀김 특유의 고소함과 생선의 담백함이 중심이며, 별다른 양념 없이 소금이나 식초, 타르타르 소스만으로 맛을 완성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영국에서는 식초(몰트 비니거)를 뿌려 먹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로, 그 새콤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반면 호주의 피시앤칩스는 현대적인 변형이 가미된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선의 종류부터 조리 방식까지 영국과는 조금 다른 방향을 걷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호주에서는 바다와 가까운 지역에서 다양한 어종이 잡히기 때문에, 배러먼디(Barramundi), 플랫헤드(Flathead), 스내퍼(Snapper) 같은 생선을 활용합니다. 튀김옷도 비교적 얇고 바삭하게 튀기며, 튀김유 또한 비교적 가볍고 깔끔한 식감을 지향합니다.
소스도 훨씬 다양합니다. 전통적인 타르타르 소스 외에도 스위트 칠리, 허니 머스타드, 갈릭 아이올리 등 여러 가지 딥핑 소스를 함께 제공하며, 각자의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게 합니다. 맛의 방향성도 깔끔하고 가볍고, 좀 더 풍성한 플레이버를 제공하는 쪽으로 발전한 모습입니다.
스타일의 차이: 분위기와 제공 방식
영국에서 피시앤칩스는 오랜 시간 동안 서민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특히 "테이크어웨이(Takeaway)" 문화가 강하게 반영되어, 포장된 상태로 들고 나와 거리에서 먹는 것이 전형적인 소비 방식입니다. 피시앤칩스를 감싼 포장지는 전통적으로 신문지였으며, 현재는 위생 문제로 인해 인쇄되지 않은 종이로 대체되었지만 그 느낌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빠르게 조리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점이 피시앤칩스를 영국인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간편한 스타일 속에서도 나름의 정성과 품질을 중시하는 문화가 함께합니다. 일부 가게에서는 수제로 만든 반죽과 현지에서 잡은 생선을 사용하는 등, 단순한 길거리 음식 그 이상으로 피시앤칩스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반면 호주에서는 피시앤칩스가 좀 더 여유롭고 캐주얼한 식사로 여겨집니다. 해변가에서 피크닉처럼 즐기거나, 바닷가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식사로 즐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식은 일반적으로 종이 트레이에 제공되며, 생선과 감자 외에도 샐러드, 오징어튀김, 새우튀김 등이 함께 나오는 플래터 형식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분위기 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실용적이고 빠른 한 끼 식사라는 이미지가 강한 반면, 호주에서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느긋하게 즐기는 한 끼로 인식됩니다. 포장문화보다는 야외에서 나눠먹는 문화가 중심이 되며, 이는 호주의 기후와 생활방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료의 차이: 생선 종류와 튀김 기술
피시앤칩스의 핵심은 생선입니다. 영국에서는 보통 대구(cod)와 해덕(haddock)를 주재료로 사용하며, 이는 영국 근해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이기 때문입니다. 이 생선들은 살이 두껍고 담백하며, 튀겼을 때 촉촉함을 유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튀김옷은 밀가루, 맥주 또는 탄산수를 섞은 반죽을 사용하여 두껍고 바삭한 식감을 냅니다. 반죽에 간을 강하게 하지 않아 생선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특징이며, 튀김 기름은 보통 식물성 오일을 사용해 고온에서 빠르게 조리합니다.
감자는 ‘칩스’라고 불리는 두꺼운 형태로, 고전적인 피시앤칩스의 정체성을 구성합니다. 영국에서는 감자의 품종도 중요하게 여기며, 전분 함량이 높은 감자를 선택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질감을 유지합니다.
호주의 피시앤칩스는 생선 선택의 폭이 훨씬 넓습니다. 바닷가가 인접한 도시에서는 생선의 신선도와 다양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각 지역의 특산 어종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퀸즐랜드에서는 배러먼디가 인기가 많고, 남부 지역에서는 플랫헤드가 자주 사용됩니다.
튀김 방식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하게 조리하는 경우가 많으며, 식감이 경쾌하고 기름기가 적은 쪽으로 조리법이 발달했습니다. 튀김유는 해바라기유, 캐놀라유 등 가벼운 오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튀김 반죽에도 베이킹파우더나 옥수수 전분을 넣어 더욱 바삭한 식감을 만듭니다.
사이드 디시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영국은 완두콩 퓌레(mushy peas), 피클, 커리소스 등을 곁들이는 반면, 호주는 샐러드, 웨지 감자, 튀김 해산물 등이 포함된 푸짐한 구성을 선호합니다. 이는 단순한 한 끼를 넘어선 식사로서의 발전을 보여주는 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