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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덕의 본고장 비교 (북경, 상하이, 광저우)

by songkey 2025. 4. 15.

베이징덕은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 전통요리의 정수입니다. 원래 황실 요리로 출발한 이 음식은 시간이 흐르며 일반 대중에게까지 널리 퍼졌고, 이제는 중국을 대표하는 미식 문화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특히 북경, 상하이, 광저우는 이 요리를 각각의 방식으로 계승하며 독자적인 스타일을 형성해왔습니다. 각 도시마다 사용하는 오리의 종류, 조리 방식, 서빙 스타일, 곁들이는 소스와 야채가 모두 다르며, 이는 해당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입맛을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세 도시의 베이징덕이 어떻게 다르고, 각각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상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북경 스타일의 전통 베이징덕 – 황실에서 식탁으로 내려온 미학

북경은 베이징덕의 ‘정통 본고장’으로 불릴 만큼 전통을 고수하는 지역입니다. 베이징덕의 시초는 명나라 초기에 난징에서 북경으로 수도가 이전되면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황실 연회에서만 볼 수 있었으나, 점차 상류층과 일반 대중에게까지 확산되면서 북경 전역의 음식문화에 깊게 뿌리내리게 되었습니다.

조리 방식은 매우 정교하고 복잡합니다. 우선, 사용되는 오리는 ‘화오리(화북오리)’로, 지방이 적당히 분포되어 있어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속살을 동시에 얻기에 적합합니다. 오리의 몸속에 공기를 주입해 껍질과 살코기를 분리시킨 뒤, 꿀물이나 설탕물로 표면을 코팅하고, 하루 이상 건조시켜 수분을 제거합니다. 이후 벽돌 오븐에서 30~40분간 고온으로 구워내면 껍질은 카라멜화되어 진한 갈색이 되고, 특유의 쫀득하고 바삭한 질감을 갖게 됩니다.

북경의 대표적인 베이징덕 전문점인 전취덕(全聚德)에서는 오리를 테이블 옆에서 직접 슬라이스 해주는 퍼포먼스를 제공하며, 오리 한 마리를 세 가지 방식으로 나눠 서빙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첫 번째는 바삭한 껍질만 따로, 두 번째는 껍질과 살코기를 함께, 마지막은 뼈로 끓인 오리탕입니다. 이처럼 북경 스타일은 ‘정통성’, ‘퍼포먼스’, ‘질감’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기반으로 베이징덕을 하나의 예술처럼 표현합니다.

또한, 해선장, 채 썬 파, 오이, 얇은 밀전병을 기본으로 하여, 이 모든 재료를 하나의 롤로 말아 먹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입니다. 베이징덕의 진정한 맛은 바삭한 껍질에서 나오며, 이 껍질은 설탕 코팅과 높은 온도로 만들어진 ‘카라멜화’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하이 스타일의 퓨전 베이징덕 – 전통에 현대 감각을 더하다

상하이는 국제적인 도시로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입니다. 이 도시에서 베이징덕은 정통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상하이 고유의 감성과 글로벌 미식 트렌드가 결합된 형태로 발전해왔습니다. 다시 말해, 상하이식 베이징덕은 ‘퓨전’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상하이에서는 오리를 보다 젊고 지방이 적은 품종으로 선택하여, 덜 무겁고 더 부드러운 식감을 구현합니다. 조리 방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데, 북경의 장작 벽돌 오븐 대신, 가스 오븐 혹은 전기 오븐을 사용하며, 일부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수비드 기법을 이용해 오리를 저온에서 천천히 익힌 후 고온으로 표면만 바삭하게 마무리합니다. 이 과정은 육즙을 더욱 잘 보존하고, 고기의 질감을 균일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상하이 베이징덕의 가장 큰 특징은 ‘소스와 곁들임’에서 나타납니다. 전통적인 해선장 외에도 허니머스터드, 트러플 마요네즈, 레몬 생크림, 발사믹 글레이즈 등 다양한 서양식 소스가 함께 제공되며, 심지어는 오리 고기 위에 캐비어나 블랙 올리브를 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밀전병 대신 라이스페이퍼나 크레페 스타일의 얇은 반죽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프레젠테이션도 매우 세련되어 있습니다. 정갈한 접시에 아티스틱하게 플레이팅되어 나오며, 소셜미디어 감성을 자극할 만큼 미적인 요소가 강조됩니다. 상하이 베이징덕은 특히 젊은 소비자나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고급 중식 레스토랑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상하이 스타일은 전통의 형식을 존중하면서도, ‘더 가볍게’, ‘더 세련되게’, ‘더 다양하게’ 베이징덕을 재해석한 현대적 미식 경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광저우 스타일의 지역적 해석 – 향과 건강의 조화

광저우는 광동요리(粤菜)의 중심지이며, ‘음식은 광동에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식재료의 신선함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중시하는 지역입니다. 베이징덕 역시 이러한 철학에 따라 조리되며, 북경이나 상하이와는 전혀 다른 맛과 느낌을 줍니다.

광저우 스타일의 베이징덕은 바삭한 껍질보다는 전체적인 풍미와 향신료의 조화에 더 집중합니다. 오리 자체는 향신료와 허브(팔각, 정향, 계피 등)를 속에 채워 넣고 일정 시간 마리네이드한 후, 약한 불로 서서히 굽거나 찌는 방식과 혼합하여 조리합니다. 오븐보다 스팀 방식이 강조되는 경우도 있어, 전통적인 바삭함보다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이 강조됩니다.

곁들임에서도 지역적 특성이 드러납니다. 일반적인 오이와 파 대신, 광동식 무절임, 망고 슬라이스, 향긋한 허브, 파인애플 소스, 매실소스 등이 함께 제공되며, 밀전병 대신 광동식 쌀가루 전병이나 얇은 만두피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맛의 조화가 더욱 다채롭고, 식감도 부드러워 고령층이나 여성 고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광저우식 베이징덕은 한 마리의 오리를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니라, 향과 건강을 고려한 전체 식사의 일부로 여겨집니다. 때문에 한 상차림으로 오리, 국물요리, 채소요리까지 함께 제공되어 ‘밸런스 있는 한 끼’라는 인상을 줍니다.

이처럼 광저우 스타일은 자극적인 맛보다는 은은하고 향긋한 풍미를 통해 고급스러운 식경험을 추구하며, 광동요리의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는 건강한 베이징덕의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이징덕은 단일한 요리가 아닙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각 도시의 문화, 철학, 식습관이 고스란히 반영된 음식입니다. 북경은 정통성과 장인정신, 상하이는 혁신과 세련미, 광저우는 건강과 조화를 중시하는 스타일로 각각의 베이징덕을 완성합니다. 중국 미식의 깊이를 느끼고 싶다면, 단순히 ‘맛있다’는 평가를 넘어서 각 지역의 베이징덕을 직접 경험해보세요. 음식 하나에도 도시의 성격이 녹아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